본문 바로가기

WORK

씁쓸한 단상

오늘 학교에서 재난대비훈련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제가 근무하는 학교만 한 것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동시에 같이 했다는것 ;;


아니,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동시에 할만한 사유나 훈련 내용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하는건 예전하고 똑같네요.
벨 울리고 연막탄 터트리고 애들 인솔해 나오고 그다음 소화기 한번 쏴보고 끝.
이럴거면 뭐하러 다 같이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
(덕분에 요며칠 연막탄 파동이 일어났다죠 -ㄱ-)


또 기분 나쁜건 학교에 남자가 없다보니 필연적으로 제가 또 시범 케이스 조교로 불피우고 소화기 작동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전교생 아이들 앞으로 나가자 뒤에서 들리는 교무부장씹새 방송 목소리
'저 아저씨 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잘 따라하기 바랍니다'
.....


제가 민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 호칭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신경을 씁니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 그 말 한마디에 사람의 인격과 대우 모든것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애들..아저씨라.. 부를 수 있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나이 어린애들은 다 아저씨 아니면 아줌마니까.
그런데 같이 근무하는 교직원이
그것도 앞으로 교감, 교장 될 사람인 교무부장이 '아저씨' 라 하하..

정말 예전 사건도 그랬지만 이 교무부장 사람 대접 받기 싫은 인간인가 봅니다 후우 ;


얘기를 좀 더 확대시켜 봅시다.
그 '선생님' 이란 호칭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꼭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선생님인가요?

선생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봅시다.
 선생 [先生]  [명사]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2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3 성(姓)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

연배가 많고 경험이 많은 분도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청소 아주머니든 조리원 분들도 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얼마든지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시는 분들이고 아이들에게 가르칠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저에겐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직급에 따른 호칭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경기도교육감의 명에 따라 '주무관' 이라는 호칭을 대내,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교육감의 지시도 씨알이 안먹히는가 봅니다.
그렇게 선생님, 주무관 호칭이 대단한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몇십년동안 쌓여온 해묵은 행정실 기능직 공무원에 대한 우월감 때문인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건,
같은 교직원이라는 동료의식과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마음이 있었다면 저런 '아저씨' 라는 호칭을 전교 학생 어린이들 앞에서 쓰지는 못할겁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접받는 학교가 되러면 아직도 한참 멀었네요.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