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PC에 새로 윈도를 깔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함께 네이트온 메신저를 설치했다. 그런데 설치 화면이 종전과 조금 다르다. 아닌 게 아니라 ‘추가 설치 프로그램’이라는 게 생겼다. ‘네이트온 주소창 검색’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깐다는 것이다. 이를 안내하는 페이지가 있기는 하지만 안 깔 수 있는 방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 버튼을 눌러 화면을 넘겼다.
종전 사용권 계약 내용 외에 ‘네이트닷컴 주소창 검색 사용권 계약’에 대한 항목도 생겼다. 두 개를 한 곳에 밀어 넣다 보니 계약서 내용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시 잘 살펴보니 아래에 자그맣게 ‘네이트닷컴 주소창 검색 프로그램을 설치합니다’라는 체크 박스가 있다. 이걸 해제하니 온전히 네이트온 메신저만 깔 수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뜻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덤으로 얹어졌을 것이다.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 시리즈 역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건드리는 알툴바와 인터넷 시작 페이지를 ‘다음’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애플도 아이팟의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튠즈 이용자들에게 자사의 다른 프로그램을 자동 업데이트에 올려놓아 구설에 올랐다. 아이튠즈는 실행할 때마다 새 버전의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새 버전을 깔아주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애플이 만든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넣어 아이튠즈를 업그레이드할 때 체크 박스를 지우지 않으면 영문도 모르고 웹브라우저 하나를 더 떠안게 되는 것이다. 불쾌한 일이다.
요즘 이처럼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끼워 넣는’ 소프트웨어가 많다. 무료로 배포하는 소프트웨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를 무료로 뿌리다 보니 수익을 위해 광고 창이나 인터넷 툴바, 홈페이지를 바꾸는 것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메신저가 홈페이지를 자신의 사이트로 유도하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깔 때 이용자에게 추가로 설치하는 내용들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지 않고 대부분 엔터키를 잇달아 쳐서 화면을 넘겨버리는 것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끼워 팔기’라도 해서 널리 퍼뜨리고 싶은 마음이 잘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의 머리 속에 ‘웜 바이러스’로 바꿔 놓는 것은 한 순간이다.
공짜 유용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 좋긴 하지만 요즘 저렇게 프로그램 설치할때 눈속임 하고 반강제(?)로 툴바나 상업적 목적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까는건 영 보기 싫더군요. 진짜 유용한 주 프로그램까지 싫어진다고 해야할까요.
솔직히 먹고살기 힘든만큼 저런 딸린 상업적 프로그램들을 넣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공평한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겁니다. 저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강제로 체크 박스에 되어있는 상태로 하기보다는 잘 보이는곳에 선택 / 비선택 버튼으로 간단하게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못하니 -ㄱ-
대표적인 것만해도 수두룩하죠. 알 씨리즈 - 알툴바 반강제옵션설치 곰플레이어 - 곰시리즈 타 프로그램 반강제옵션설치 (이건 취소버튼도 숨겨놨더군요) 클릭 투 트윅 - ShopEnuri 프로그램 반강제옵션설치 등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설치 끼워넣기에 사용자들은 눈 크게 쳐다보고 다음 누르기 전에 "숨은 끼워넣기 프로그램 찾기" 를 해야할 거 같습니다. 아니, 그런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레 도태되도록 해야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