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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신한은행 에스버드 여자프로농구단의 안산시대 막을 내리다.

지난 3월 29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WKBL 챔피언 결정전 4차전 우리은행 대 신한은행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농구를 좋아하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자프로농구 경기를 잘 보지 못했는데 그 경기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봐야 할 사정이 있었죠.


무엇이었나면, 안산 와동체육관을 연고지로 하는 신한은행 에스버드 여자프로농구단의 마지막 안산 홈 경기였던 겁니다. 
1승 2패로 밀리고 있었고 다행히 그날 경기를 이겨도 5차전은 다시 1위팀 우리은행 홈구장 춘천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승,패와 관계없이 안산 홈 경기는 마지막이니만큼 꼭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프로농구단의 마지막 경기라면 그래도 내년을 기약할 수 있고 다시 볼 수 있는데 신한은행은 그렇지 못합니다.
왜냐?
 
당장 내년시즌부터 연고지를 안산에서 인천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농구 좀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산에 현재 프로스포츠 구단은 두개가 있습니다.
작년에 건립된 상록수체육관을 사용하는 남자프로배구단 러시앤캐시.
그리고, 2004년부터 안산 와동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여자프로농구단 신한은행이 있습니다.

슬프게도 안산 와동체육관 관람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은 관람 현실에 기가 찰 겁니다.
명색이 프로농구단이 사용하는 체육관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크기 (1000명 수준) 에 코트가 1/3은 가리는 불편한 시야. 안산 시민도 꺼리는 불편한 교통 조건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부터 6년 연속 통합우승을 하고 워낙 승률도 높아 와동불패란 신조어도 만들어내고 나름 정도 생겼죠.
신한은행 농구단도 이런 불편한 점을 알면서도 나름 안산에서 터를 잡은터라 이동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근데, 그놈의 인프라가 문제네요. (허프라님이 그렇게 강조하는)

원래 와동체육관은 규모를 보더라도 구민생활체육공간으로 지어진 체육관입니다.
더군다나, 그 와동 주변은 안산 신도시보다 약간 주민소득이 떨어지는 곳이고 인구 밀집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스포츠 인프라에 더더욱 취약한 곳이고 체육관은 하나뿐인데 그 주민체육시설에 왜 프로농구팀이 쓰냐는 끊임없는 주민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안산시도 이걸 모른건 아니고, 특히 문화시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공업도시여서 체육관 하나를 더 지었습니다.
상록수역 바로 앞에 상록수체육관을 지었고 나름 입지조건도 좋습니다.
그래서 안산시와 신한은행은 상록수체육관을 지으면 와동체육관에서 이전하기로 구두 결정은 내린 상태였습니다.
저도 집에서 가까워지는만큼 정말 기대했었죠.


근데, 또 변수가 생깁니다.

마침, 남자 배구팀 러시앤캐시가 창단을 했습니다. 역시 홈 구장을 구하고 있습니다.
졸지에 새로 지은 상록수체육관이 두팀이 노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안산시는 프로스포츠 구단과 평등한 관계에서 갑-을관계의 갑이 되었습니다.

안산은 특히 체육관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고 그로 인해 민원이 많이 발생합니다.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를건 없지만)
상록수체육관도 지금 지었지만 나중에 그럴문제가 생길게 뻔한 사실.
그래서 안산시는 새로 지은 상록수체육관을 홈구장 단독대여가 아닌 경기당일만 빌려주는 대관형태로 쓰기로 말을 바꿉니다.
졸지에 뒷통수 맞은 신한은행은 억울하게 된 상황.
근데 문제는 이 대관형태도 괜찮다고 남자배구팀 러시앤캐시가 수용했고 결국 상록수체육관을 러새인캐시에게 뺏겼습니다.

러시앤캐시가 사용하는 상록수체육관 내부 전경입니다.

 
와동체육관에 대한 주민민원은 한계에 이른상황.
이 상황에서 인천시가 마침 아시안게임을 치루기 위해 체육관도 많이 지었고 손을 내밉니다.
신한은행도 거부할 일이 없죠. 정작 자기들 연습할 체육관도 없는데.

덕분에 내년부터 신한은행은 인천 도원체육관을 홈코트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신한은행의 안산 생활은 2004-2014년 10년을 끝으로 끝났습니다.

참...
정말 답답한 현실이죠.
솔직히 어느쪽을 편들 수 없는 현실입니다.
프로체육이 위인가 아님 생활체육이 위인가...
근데 그 저울질 여부를 떠나서 명색이 프로농구단을 운영하는 이런 한국에서 체육관 하나 빌리지 못해 10년 연고지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현실이 정말 서글픕니다.
특히나 문화시설이 정말 부족한 매연도시 안산시민인 저로서는 더더욱요.

농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알고계시는 남자 농구 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고양으로의 야반도주 사건.
전 개인적으로 이번 신한은행 연고지 이사 문제가 그보다도 더 충격적이라고 봅니다.
무늬만 프로고 정작 내실은 텅텅 빈 우리나라 농구 프로팀의 현실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사건이라 봅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아니 체육문화의 해묵은 인프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결국, 안산시의 선택으로 인해 프로팀은 다시 배구 러시앤캐시만 남았습니다.
아...이번에 텅텅빈 와 스타디움 축구장 사용할 경찰청이 들어왔으니 두개라고 봐야죠 ;;
생활체육이 배구쪽으로 특히 쏠린 안산에서 농구팀은 어떻게 보면 사치였을수도 있었네요.
그래도 응원한 정이 있는데, 신한은행 경기보러 내년 시즌에는 인천까지 찾아가봐야 겠습니다.


마지막 2014년 3월 29일 신한은행 안산 와동체육관 마지막 경기.
더더욱 마지막까지 투혼을 펼친 신한은행 선수들 경기를 당분간 기억속에서 잊기 힘들 듯 합니다.


그리고 안산에서의 레알신한시대 10년 정말 감사했습니다. :)